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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민일보 ‘희망을 주는 새해 메시지’
[And 건강] “두려움 넘어, 일 속에서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6742600
“작은 기쁨이라도 느껴지는 일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경험자인 정희정씨가 지난 6일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고교 국어 교사였던 정희정(41·경기도 고양)씨에게 2018년 느닷없이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찾아왔다.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을 비롯한 가족 얼굴이 어른거렸죠.”
하지만 암과 싸우기로 했다. 그는 “지금 느껴지는 통증이 끝이 아니라 결국 낫게 되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견디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 후 퇴원할 땐 몸무게가 42㎏까지 빠졌다. 천천히 살이 붙고 머리카락이 자라 가발을 쓰지 않아도 될 즈음, 다시 일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교단에 서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가족들의 염려가 컸다. 대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랜서 수필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간 틈틈이 웹진에 글을 썼고 수필로 신춘문예에 등단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재능을 인정받아 연희문학창작촌 입주 작가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쓴 글이 조금씩 해외에 알려지면서 국제아트북페어에 출품 자격을 얻는 기회도 많아졌다.
“아파 봤기 때문에 통증과 고통을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업을 찾은 셈이죠. 아프게 된 일을 마이너스로만 여기지 않길 바라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 거라고 믿으세요.”
정씨는 암환자 사회복귀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나미란씨와도 교분을 쌓으며 둘만의 프로젝트를 도모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일반인과 암 환자 대상의 독서 모임에서 사진과 글쓰기를 결합한 창작 활동을 진행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현재 병을 겪느라 앞이 캄캄하더라도 이것만은 기억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의 이런 건 어떻게든 다 지나간다고 믿고 견디라고. 그는 과거에 갇히지 말고 겁먹지 말고 일로 기꺼이 나아가 보기를 권했다. “‘나’라는 인물이 조금이라도 재미있어하는 일을 찾으세요. 스릴이 넘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했을 때 작은 기쁨이라도 느껴지는 일을 택하기를 바랍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